본문 바로가기
후기

[후기] '미생'의 조연 되어보기

by namnum25 2024. 12. 8.

첫 번째 정신과를 다닐 때, 내가 가장 답을 찾기 어려웠던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왜 살지?" 였던 것 같다
내가 이 힘듦을 버티고 참을 만큼 인생이 그렇게 값진 걸까 싶은 의문은 항상 있었고
정말 죽지 못해 산다 라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정신 없이, 휴학 없이 대학교 4학년 2학기를 다니면서 취업 준비를 했고,
내가 피부로 느꼈던 것은 내가 세상을 정말 모르구나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회사가 있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구나 였고

나는 그저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곧 있으면 졸업을 앞둔 꼬맹이라는 것이다
취업 때 면접을 보고 나서는 내 답변을 곱씹어 보며 항상 수치심이 들었다

내가 한 답변이 정말 한심했는데 내가 이렇게 느낄 정도면 듣는 면접관은 얼마나 별로였을까
나는 나름 열심히 했는데 왜 모르는 게 항상 많은지

막학기는 이렇게 우당탕탕 흘러갔고 나는 남들처럼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 다닐수록 나는 '미생'의 장그래도 못된다는 걸 느꼈다

회사에서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엑스트라일 뿐이었고, 시간이 지나자 나에 대한 모두의 관심이 사그라들었다

'미생'이라는 드라마에서 장그래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신입사원 1이 된 기분이 들었고,
내가 모르는 것, 처음 하는 것을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1년이 지나갔다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하고 혼도 많이 났다
그 와중에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배운다는 말만 하지 마라"라는 말이
너무 차갑고 서럽게 느껴졌다

특히 업무에서 큰 실수를 하고 집에 오는 길에는
이대로 퇴사하고 다른 회사로 가버리고 싶다, 인생을 리셋하고 싶다는 감정만 들었다
하지만 결국 어딜 가든 나는 나 라는 사실이 슬펐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캡쳐했던 취업 관련 자료들
이렇게 열심히 한 대가가 지금이라는 것이 작년에는 특히 너무 절망스러웠다

어른이 된다는 건 울고 싶을 때 울음을 참고 웃는 게 아닐까 싶다
힘들고 지쳐도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고 지친 와중에 나만 주저앉아서 우는 어린 애가 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과거에 내가 했던 선택들은 모두 그때 당시에 그게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회사 생활에 열심히 적응해 나가는 요즘
과거에 했던 선택, 지금의 선택 모두 최악이 아닌 차악이기만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