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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후기]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 임정민 시집

by namnum25 2025. 1. 2.

임정민 시인의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라는 시집은

제목이 특이해 계속 기억에 남아서 읽게 되었다.

 

살짝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표현법이 특이하고 이 책만의 묘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정말 좋아하는 시집이다.

 

[갈증]

엄마는 딸에게 책을 읽어 주기 위해 다가가 앉았다. 작고 건조한 방이었다. 

엄마는 어두운 극장에 혼자 앉아 잠에 빠지는 자신을 생각했다.

 

엄마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작은 방은 더 작아졌다.

밝은 불들이 부풀어 오른다면 엄마와 딸의 눈동자는 방의 열망이 될 것이었다.

딸은 계속 책을 읽어 달라고 졸랐지만 엄마는 이 방에 다른 동화책들이 있는 줄 오늘은 알아채지 못할 거였다.

 

엄마는 졸리지. 술에 취한 채로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지.

딸은 할머니가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지. 엄마는 오늘 하루를 되돌려 생각해 보았지.

너무 좋은 파티였지. 그런데 문득 몇 가지 사실이 떠올랐지.. 할머니는 없지. 엄마는 딸이 걱정되었고 친구들에게 말했지.

나는 갈게. 급한 일. 엄마는 급한 일을 향해서 뛰었지. 등에 대고 친구들이 소리쳤지.

계속 그렇게 살아. 그런 걸 잊을 수는 없지.

 

 

내용이 길어서 요약해서 적어두긴 했지만

육아에 지친 엄마의 모습과 마음 속의 갈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물론 아이를 가지는 것은 엄마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엄마도 개인으로서의 삶이 있고, 엄마로서의 삶 또한 있지만

현실적으로 두 가지의 삶이 양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족 서사가 흔한 눈물 버튼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ㅎㅎㅠㅠ

위 시 외에도 주옥같은 글귀들이 많은 시집이니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