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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후기]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 김경주 시인

by namnum25 2025. 1. 2.

제목이 독특해서 서점에서 보자마자 산 책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 시집이다.

김경주 시인의 시들 중 가장 좋아하는 [비정성시]라는 시는

펜으로 글씨 쓰기 싫어하는 내가 필사까지 해본 시다.

 

[비정성시]

- 그대들과 나란히 무덤일 수 없으므로 여기 내 죽음의 규범을 기록해둔다

 

나는 유배되어 있다 기억으로부터 혹은 먼 미래로부터

...

내가 살았던 시간은 아무도 맛본 적 없는 밀주였다 나는 그 시간의 이름으로 쉽게 취했다

...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

...

사진 속으로 들어가 사진 밖의 나를 보면 어지럽다. 시차 때문이다

 


 

굉장히 긴 시고 중간에 띄어쓰기 없이 기다란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거나

의미를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 나오기도 한다.

 

위에 적어둔 구절은 시를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구절들이다

특히 '내 고통은 자막이 없다 읽히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는데,

개인이 불행해지는 원인, 겪는 고통들은 한 단어로 표현하기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고통은 자막이 없다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 속으로 들어가 사진 밖의 나를 보면 어지럽다. 시차 때문이다' 라는 문장도 기억에 남았다.

옛날 사진을 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때 들었던 감정부터 그날의 날씨와 분위기, 옆에 있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에게 느꼈던 감정까지

수만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복잡한 감정이 들곤 하는데

이런 기분을 표현한 게 아닐까 싶다ㅎㅎ

 

 

다른 시집에 비해 표현이 직설적인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중간중간 특이하고 인상적인 구절들이 많아서 읽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