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민 시인의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라는 시집은
제목이 특이해 계속 기억에 남아서 읽게 되었다.
살짝 난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있긴 하지만
표현법이 특이하고 이 책만의 묘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정말 좋아하는 시집이다.
[갈증]
엄마는 딸에게 책을 읽어 주기 위해 다가가 앉았다. 작고 건조한 방이었다.
엄마는 어두운 극장에 혼자 앉아 잠에 빠지는 자신을 생각했다.
엄마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작은 방은 더 작아졌다.
밝은 불들이 부풀어 오른다면 엄마와 딸의 눈동자는 방의 열망이 될 것이었다.
딸은 계속 책을 읽어 달라고 졸랐지만 엄마는 이 방에 다른 동화책들이 있는 줄 오늘은 알아채지 못할 거였다.
엄마는 졸리지. 술에 취한 채로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지.
딸은 할머니가 잘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지. 엄마는 오늘 하루를 되돌려 생각해 보았지.
너무 좋은 파티였지. 그런데 문득 몇 가지 사실이 떠올랐지.. 할머니는 없지. 엄마는 딸이 걱정되었고 친구들에게 말했지.
나는 갈게. 급한 일. 엄마는 급한 일을 향해서 뛰었지. 등에 대고 친구들이 소리쳤지.
계속 그렇게 살아. 그런 걸 잊을 수는 없지.
내용이 길어서 요약해서 적어두긴 했지만
육아에 지친 엄마의 모습과 마음 속의 갈등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
물론 아이를 가지는 것은 엄마의 선택이기는 하지만...
엄마도 개인으로서의 삶이 있고, 엄마로서의 삶 또한 있지만
현실적으로 두 가지의 삶이 양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족 서사가 흔한 눈물 버튼이 되는 게 아닌가 싶다ㅎㅎㅠㅠ
위 시 외에도 주옥같은 글귀들이 많은 시집이니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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